[Team HOMES] 누구에게나 따뜻한 집을 디자인하다, 문지영 매니저

홈즈하우스를 만들어 가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요?  'Team HOMES' 인터뷰에서는 홈즈하우스를 만드는 사람들의 단순한 이력을 넘어, 어떠한 생각과 기준을 가지고 사람들의 일상이 되는 집, '홈즈하우스'를 만들어가는지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합니다. 홈즈하우스 4호집까지의 프로젝트를 총괄하고 있는 여창호 본부장 옆에서 함께 디자인을 진행하고 있는 문지영 매니저를 부산 해운대의 한 카페에서 만나봤습니다. 



안녕하세요. 지영님. 우선 작년 연말에 공모전에서 수상을 했다고 들었어요. 늦었지만 축하합니다. 어떤 공모전이었는지 소개해주실 수 있을까요?

캠코(한국자산관리공사)에서 작년 9월에 진행했던 ‘국유재산 개발·활용아이디어 공모전’에 참여했었어요. 

캠코에서 관리 중인 국유재산 중에 유휴부동산들이 있는데, 이 부동산을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지 제안하는 ‘생활SOC(사회기반시설, Social Overhead Capital) 아이디어 공모전’이었어요. 일반국민, 지자체 공무원으로 나눠서 진행되었는데, 저는 일반국민 공모부문에서 최우수상을 받았습니다.


지영님이 공모전에 제안한 내용은 어떤 아이디어인지 궁금해지는데요.

캠코의 유휴부동산 중에 부산 사상구 지역의 한 파출소가 있었어요. 예전에 지구대로 사용되었던 곳인데 덕포동으로 이전하면서 지금은 사용하지 않은 건물로 유휴공간이 되어버렸죠.

파출소가 4차선 사거리 횡단보도 앞에 있는데다가, 시외버스터미널과 인접한 상업지구이다보니 교통량과 유동인구도 많아서 굉장히 어수선한 편인데, 바로 맞은 편에 어린이집과 초등학교가 있다보니 아이들이 안심하고 등하교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아이들의 안전을 위한 파출소이자, 놀이터로서의 ‘어린이 도서관’을 제안했습니다. 


'파출소'가 '어린이 도서관'이 될 수 있다니 굉장히 재미있네요. 어떤 부분을 중점으로 제안하셨나요? 

아이들이 등하교 하는 길이다 보니 운전자들의 주의를 환기할 수 있도록 옐로우 카펫을 건물 전면에 배치하고, 그 지역에 아이들이 갈 만한 공간이 햄버거가게 정도 밖에 없어서, 아이들과 학부모들이 등하굣길에 쉽고 편리하게 들릴 수 있도록 카페와 도서관의 기능을 넣었어요.

특히, 창을 크고 창가 조명을 밝게 설계하여, 부모님들이 안에서 기다리며 아이들이 안전하게 등하교하는지를 볼 수 있고, 밖에서도 쉽게 아이들이 안에서 안전하게 놀고 있는지 볼 수 있도록요. 지구대가 원래 주변을 안전하게 살펴보고 지키는 공간이었으니, 그 의미를 살리면서도 공간 활용도를 높일 수 있게 기능을 추가한거죠.


1. 이전으로 유휴공간이 된 지구대를 어린이들의 안전을 위한 파출소이자 놀이터, ‘어린이 도서관’으로 제안하였습니다.
2. 전면 옐로우카펫과 대형창을 통해 건물 안에서도, 밖에서도 아이들의 안전을 감시할 수 있도록 설계하였습니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는데, 지영님이 제안한 공간이 만들어진다면 부모님들 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도 아이들의 등하굣길 안전에 더 신경 쓸 수 있고, 아이들의 안전한 놀이공간을 함께 지켜볼 수 있는 마을이 될 수 있겠어요!

원래부터 이런 유휴공간 활용에 관심이 많았나요?

네. 새로운 건물을 만드는 것도 재미있지만, 낡거나 기능을 다해 유휴공간이 된 건물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는 쪽에 관심이 많았어요. 제가 라트비아에서 교환학생을 하면서 유럽도시를 여행 할수 있었는데, 우리나라는 새 거를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보니 40년만 되도 너무 낡았다고 생각하는데 해외에는 100년된 건물도 많고, 새로 짓기보다는 고쳐서 새롭게 의미를 더해 쓰는 곳들이 많더라구요.

저는 지역에 어울리고 기능에 충실한 건축물들을 좋아해요. 주변에 어떤 건물들이 있는지, 그 주변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도 중요하죠. 신축건물 하나 하나보다는 주변과 어울려지되, 변화하는 환경에 맞춰 기능을 더 해가는 도시재생이나 리모델링 쪽에 관심이 있었어요. 그러다 보니 축소도시(Shrinking Cities)에서 단독주택이라는 본연의 가치를 구현하면서도 시대에 맞게 새로운 기능을 추가해 나가는 홈즈하우스 사업에도 흥미가 있었고 마침 기회가 생겨서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유휴공간을 재생하거나 활용하는 다른 건축물들도 많을텐데 왜 하필 주택, 단독주택이었어요? 

부산의 문현동이나 전포동같이 골목이 많은 동네를 구경하는걸 좋아하는데, 그런 곳들은 요즘 재개발 관련 현수막이 많이 걸려있더라구요. 언젠가 여기도 없어지고 빌딩이나 아파트가 들어서겠구나 하는 아쉬운 마음이 들더라구요.어떻게 하면 내가 좋아하는 공간들이 더 오래 유지될 수 있을까 고민이 항상 많았어요.

사람들에게 주택은 가장 일상적이면서 필수적인거 잖아요. 저는 아파트밖에 선택지가 없다는 게 안타까웠어요. 아파트만큼 많지는 않더라도, 단독주택에 살고싶은 수요가 분명 있을텐데, 어느 순간 단독주택가였던 골목이 다 아파트나 빌라촌으로 바뀌고 있더라구요. 수요가 있는 곳이 아파트로 개발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곳에도 개발이익 때문에 아파트만 공급되는 것이 안타까웠어요. 단독주택은 찾는 것부터 쉽지 않아요.


1. 부산의 문현동, 전포동, 영도처럼 오래되고 골목이 많은 동네구경을 좋아해요. 본래의 주택의 목적을 살리면서 지역, 청년들과 도시재생을 시도하는 영도의 봉산마을에 자주 놀러갑니다.
2. 이 곳은 영도에서 오래된 선박공업소를 개조하여 현재는 카페로 운영되는 곳인데, 프랜차이즈 카페보다는 일부러 이런 곳을 찾아가서 회의를 하기도 합니다.


맞아요. 다양한 선택지가 있다는 자체가 중요하죠. 지영님은 단독주택에서 살아본 경험이 있으신가요?

어렸을 때 단독주택 2층에서 살았어요. 아직까지도 그 때가 인생에서 제일 기억에 많이 남아요. 매일 동네 골목을 뛰어다니기도 하고, 특히 이웃집 할머니가 저를 엄청 예뻐해주셨어요! 등굣길에 화단가꾸며 인사해주시던 할머니 기억이 아직도 생생해요

나중에 커서 가보니 제가 살던 주택이 없어졌더라구요. 낡았다고 없어진다는 게 너무 아쉬웠어요. 저한테는 소중한 추억이 담긴 공간인데 말이죠. 어린시절의 추억을 잃어버린 기분이더라구요.


그럼 나중에 다시 단독주택에 살게 된다면 어떤 집이였으면 좋을까요? 
그 집에 꼭 이것만은 빠지면 안된다는, 지영님이 특히 고집하는 요소랄까 그런게 있을까요?

지금은 사회초년생이고 가족들과 살고 있어서 단독주택은 힘들지만, 기회가 된다면 다시 꼭 단독주택에 살고 싶어요. 그리고 사소한 부분이지만 어디서 살든지 저는 노란 조명을 꼭 켜두고 살고 싶습니다.


네? 노란 조명이요?

노란 조명이 있는 집이 따뜻해 보이더라구요. 집은 누구에게나 따듯했으면 해요. 심지어 밖에서 저희 집을 보는 사람들 한테까지도 그 따스함이 전달되었으면 좋겠고요. 노란 조명이 있다고 해서 반드시 따뜻한 집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그런 공간이나 사소한 장치들이 사람들의 사고나 생활방식에 분명히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해요. 


이쯤이면 지영님의 라이프스타일이나 취향이 궁금해지는데요.

저는 좋아하는 게 있으면 집에 쟁여두는 스타일이에요. 좋아하는 전시회 팜플렛부터 선물 포장지, 음료수병까지… 작은 것에도 의미를 많이 두는 편이라 물건을 잘 버리지 못하고 집에 보관하고 있어요.  나중에 제가 좋아하는 것들로 꾸며진 일종의 ‘문지영 콜렉션’이 담긴 공간을 만들고 싶을 정도죠. 

그리고 개인적인 취향이 고층빌딩처럼 멋지고 화려한 것보다는, 소박하면서도 자기만의 라이프스타일이 있는 쪽을 좋아하고 행복감을 느끼는 편이에요. 개인의 취향이 강하다보니 더 단독주택의 라이프에 매력을 느끼는 것 같아요. 보통 단독주택은 나이 들어서 가야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저는 오히려 다양한 취향을 발견하고 남들과 다른 집에서 제한없이 경험해볼 수 있도록 나이 들기 전에 단독주택에서 살아보는게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해요.


지영님의 방 공개) 1. 전시회 팜플렛이나 선물 포장지, 음료수병까지 사소한 물건들이 너무 많아서 이제 보관할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하지만, 작은 것에도 의미를 많이 두는 편이라 물건을 잘 버리지 못합니다. 그래서 요즘은 예쁜 맥주캔은 디퓨저용기로 쓰고, 선물상자는 보관함으로 재활용하면서 꾸역꾸역 자리를 만들고 있습니다. 자주 보고 싶은 물건들은 책상위에 올려두거나 벽에 붙여놓는데, 제 방에서 이 장면을 제일 좋아합니다.
2. 하얀 형광등을 싫어해서 방에 들어오면 좋아하는 파인애플 조명과 작은 스탠드만 켜놓고 생활 합니다. 전구색, 노란 조명이 주는 따듯한 분위기를 좋아합니다. 눈 나빠진다고 잔소리를 듣지만 아직 시력에는 자신있습니다. 

 

맞아요. 단독주택은 오히려 젊었을 때 살아봐야 한다는 얘기도 요즘 많이 들리더라구요. 
지영님이 홈즈하우스에서 어떤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지 궁금해요.

저는 디자인 매니저예요. 디자인을 총괄을 하고 계신 여창호 본부장님을 옆에서 함께 설계하고 상품 기획 업무를 담당하고 있죠.


상품을 개발하고 디자인하면서, 특별히 더 신경쓰고 있는 부분이 있나요?

단독주택은 아파트처럼 대규모 단지 안에 있는 게 아니고 외관 자체가 바로 골목에 드러나다 보니 주변과의 조화가 중요한 것 같아요. 그래서 대문이나 외관디자인에도 신경쓰고 있어요. 외관은 우리 가족과 집에 대한 정체성이나 개성을 드러내는데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대문만 좀 더 신경써서 디자인해도 어두운 골목 전체가 밝아지는 효과가 있는 것 같아요. 

홈즈하우스 4호집은 구멍이 뚫려있는 벽돌종류인 큐블럭을 사용해서 집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의 프라이버시가 보장되도록 담을 만들었지만, 내부에서도, 외부에서도 답답해 보이지 않게 상단은 벽돌을 프레임만 남기도록 설계했어요. 

주변과도 어울리며 홈즈하우스만의 아이덴티티를 보여줄 수 있는 현관 디자인도 기획하고 있습니다. 홈즈하우스는 하자 걱정없고  관리가 쉬운 주택을 지향하고 있어요. 그런 시스템들도 하나둘씩 만들어가고 있고요. 지금은 주택 자체가 많지 않지만, 나중에 홈즈하우스의 주택 수가 많아지면 존재만으로도 안전한 골목, 가치 있는 단독주택을 보여줄 수 있는 하나의 징표이자 약속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지영님이 제안하는 홈즈하우스 공간활용) 각 공간의 쓰임새가 지정되어 만들어지는 아파트와는 다르게 단독주택은 살고있는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다양하게 공간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마당 앞 테라스는 바베큐 파티공간이 될 수 있고, 다락방이나 짜투리 공간은 작업실이나 암체어를 두어 Man Cave(자신만의 아지트)로 활용해도 좋습니다. 거실에는 TV 대신 책장을 두고 가족 책방을 만들어도 좋구요. 


그러면, 지영님이 생각하기에 좋은 집을 만들기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이 있을까요?

요즘 정말 많은 단독주택들을 보고 있어요. 하루에 10개의 집을 둘러보는 날도 있을 정도죠. 여러 주택들을 둘러보고 비교하다 보니, 좋은 입지가 좋은 집을 만드는 가장 첫 시작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홈즈는 건축주에게 의뢰를 받아서 디자인을 하는게 아니라, 고객의 니즈를 미리 생각하고 만족 할수있는 상품을 만드는 방식이기 때문에 좋은 입지 찾는 게 중요해요. 좋은 입지를 찾기 위해 어떤 항목을 살펴봐야 하는지 건축물 데이터도 찾아보고, 내부 실측도 해보고, 괜히 동네를 몇 바퀴씩 돌아다녀 보기도 하죠. 전공이 건축이다 보니 대부분은 경험이 있는데 데이터에 대한 경험은 많지않죠. 홈즈에 합류하면서 데이터 마이닝을 곁눈질로 배우면서 관심을 키워가고 있어요.

저는 도시계획과 도시재생에 관심이 많은데, 데이터 쪽을 좀 더 배우면 입지 계획이나 설계를 할 때 더 인사이트와 객관성을 가지고 플랜을 세우고 응용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건축과 데이터, 교집합이 많아 보이거든요. 파이썬 강의도 따로 듣고 있어요. 업무로도 도움이 되겠지만 내가 진짜 나의 공간을 찾아야 할 때 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홈즈하우스는 어떤 집이 되었으면 하는지, 한 줄로 말해주실 수 있을까요?

홈즈하우스는 따뜻한 집이요. 안에서든 밖에서든 사람들에게 따뜻함이 느껴지는 집이 되었으면 합니다.

특히, 눈에 보여지는 따뜻함을 넘어서, 거주자가 계속해서 집에 애정을 가지고 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가고 싶어요. 사용자 관점에서 홈즈하우스 내 공간을 어떻게 하면 더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을지 시공과 디자인관점에서 계속해서 고민하겠습니다.